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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Deconstruction] 수협은행 브랜드 필름: 기술로 바다의 철학을 담다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는 종종 가장 단순합니다. 수협은행을 위한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바다', 이 한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단어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1분의 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찾아 기술로 번역해 낸 그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The Vision: 모든 삶을 담는 그릇, '바다'

기획의 출발점은 수협은행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해양수산 전문 제1금융권 은행. 이 독보적인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핵심은 바로 ‘바다’ 였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표현하되, 어민의 땀방울이나 해양 생물 같은 직접적인 이미지를 피하고자 했습니다. 제1금융권 은행으로서의 신뢰감과 보편성을 담기 위해, 바다의 ‘철학’에 집중했습니다. 한반도의 삼면을 감싸안듯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안정감, 변화무쌍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움. 이 바다의 철학이야말로 다양한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수협은행의 역할을 대변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게 ‘바다’라는 거대한 그릇 안에,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도 소중한 삶의 순간(Slice of Life)들을 담아내기로 했습니다.

The Breakthrough: 가장 평범한 얼굴, 가장 특별한 색감

이번 프로젝트는 100% AI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첫째, AI 특유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AI는 특정 취향이 반영된 비현실적인 인물을 생성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다양한 사람들의 ‘진짜 평범함’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정 의도를 배제하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리얼 라이프 룩’을 완성했습니다.

둘째, 초 기술적인 AI를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구현하는 역설적인 시도였습니다. 우리는 영상의 따뜻함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과거 필름 영화에 사용되던 레거시 컬러 그레이딩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디지털로 생성된 이미지 위에 아날로그 필름의 색감과 질감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기술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The Direction: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다

영상 속 인물들은 단순한 모델이 아닙니다. 사회 초년생, 워킹맘, 은퇴를 앞둔 가장 등, 각 인물이 대표하는 타겟군과 직업군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서사를 표정과 배경에 담아냈습니다.

또한, 영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소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십 명의 성우 후보군 중 메시지의 ‘온도’와 ‘깊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신중하게 선별했고, 음악 역시 각 장면의 감정선과 완벽하게 조응하도록 세심하게 연출했습니다.

Lessons Learned: AI, 인간의 감성을 만나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기술이 인간의 감성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경이로움보다, 그 안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연출'하여 브랜드의 영혼을 불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기술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깊이를 더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팔레트는 그 '사람의 힘'으로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니다.